왜 삼남의 으뜸인가 - 김덕룡 동문님

  솔직히 예전엔 모교가 명문사학이라고 좀 우쭐했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명문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SKY대나 의학계열의 입시합격자 수를 가지고 고교 순위를 정해놓고 상위 그룹의 몇몇 학교를 명문고라고 일컫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요. 능력주의가 아닌 학벌주의로 이어지게 되고,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에도 어긋나는 이런 관점이나 풍토는 하루빨리 불식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진정한 명문은 학교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겠지요. 학교 교육은 교사와 학생들, 사제 간의 상호작용입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줄여서 '줄탁(啐啄)'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부화된 병아리와 어미가 달걀 안팎에서 서로 껍질을 쪼아주면서 병아리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듯이, 교사와 학생이 서로 상응해야만 진정한 교육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학교 안에서 이런 줄탁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사는 오로지 학생들을 사랑으로 품고, 학생들은 교사를 믿고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교사와 학생들은 물론이고 졸업생 동문들까지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애교심을 바탕으로 함께 인화(人和)로써 어울리는 학교가 진정한 명문이 아닐까요. 

  이런 기준에서 보면 우리 모교야말로 명실상부한 명문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80년 전통에 빛나는 사립학교라서 평생직장인 학교에서 강고한 소속감으로 일하시는 교사들과 그런 교사의 열성 지도를 받으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서로 인화로써 어울리고 있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모교의 솔밭안 캠퍼스 정문 앞에는 '人和'라고 새겨진 거대한 돌탑이 세워져 있지요. 1985년 4월 30일 통합캠퍼스 완성을 기념하는 뜻에서 건립된 이 ‘인화탑’은 바로 우리 모교의 구성원들의 어울림을 대변하는 상징물일 것입니다. 그런데 비단 재학생뿐이겠습니까. 모교를 졸업한 남성 동문들의 인화는 일찍이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지요. 모교가 ‘삼남의 으뜸’인 이유는 모교의 재학생과 동문들이 일치된 애교심을 바탕으로 서로 인화하며 잘 어울리는 데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평소 동문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계신 동문님 한 분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김덕룡 동문님(중7회)은 우리 남성이 배출한 가장 걸출한 동문님 중의 한 분이시지요. 굳이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고, 또 간단히 설명할 수도 없겠습니다만^^ 익산 오산에서 태어나 남성중과 경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문리대 사회학과에 진학한 선배님은 서울대총학생회장을 맡게 되면서 당시 제1야당의 대변인이었던 YS를 알게 되었고, YS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하여 평생을 'YS의 분신'으로 그의 곁을 지키며 동고동락하는 정치인 DR이 되셨지요. 그런데 YS가 그러했듯이 DR의 정치도 고난과 영광의 길이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하에서 4차례나 감옥살이를 하고, 전두환의 신군부 정권에 의해 정치활동을 못하도록 손발이 묶였지만, 1987년 사면 복권 이후 제13대부터 내리 5번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혁혁한 의정활동을 펼치셨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YS가 노태우, 김종필과 손잡은 ‘3당 합당’을 통해 보수대연합을 이룸으로써 마침내 YS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YS의 문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2차례 역임하고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맡으셨습니다. 그 후로는 경륜과 덕망을 겸비한 국가 원로로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상임의장을 맡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수석부의장을 맡아 민족 화해와 조국 통일을 위한 대장정에 앞장서셨습니다. 그야말로 대정치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신 것이지요.

  김 선배님은 모교 남성중을 졸업하면서 경복고 출신인 담임 선생님의 이기적인(?) 권유로 경복고를 지원하시게 되었답니다. 경복고는 당시 전국에서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공립학교였지요. 그런 연유로 남성중과 경복고를 차례로 다녔으니, 선배님은 당연히 남성동창회와 경복동창회에 겹치기로 참여하시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대놓고 직접 여쭙지는 못했지만, 모르면 몰라도 우리 남성동창회에 더 자주, 그리고 더 즐겨 나오시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여러 남성 후배들에게 보좌역을 맡기셨고요. 지금도 건강한 모습으로 저희 남성인들의 크고 작은 모임에 불참하시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선배님이 우리 모교에 강한 애교심을 갖고 남성동문들을 사랑하신다는 증좌이겠지요. 선배님이 유난히 돋보이고, 우리 모교가 새삼 자랑스러운 분명한 까닭입니다.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