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의 옛 남중동캠퍼스를 다닌 맨 마지막 기수가 고32회입니다. 그러니까 옛 캠퍼스에서 1979학년도 1년을 다니고, 새 통합캠퍼스에서 1980~1981학년도 2년을 다닌 것이지요. 그러나 캠퍼스 이전을 전후한 어수선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는데도, 고32회의 학력 수준은 가히 전국에서 최상위권이었고, 당연히 대학입시 성적도 깜짝 놀랄 만했습니다. 어느 정도이었는지 한 예만 들어볼까요. 서울대학교 상과대학(나중에 경영대학과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로 분리 편제됨)은 전통적으로 전국의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지원하는 대학으로서 모교에서도 한 기수에 잘해야 한두 명씩만 들어갔는데, 그런 전례를 깨고 고32회에서는 이문희 동문님을 비롯해 무려 8명이나 대거 진학했다고 합니다.
고32회 동문님들의 사회 활동도 정말 눈부실 정도입니다. 익산 지역구에서 4선에 성공한 이춘석 국회의원님을 비롯해 정계, 경제계, 법조계, 학계 등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시는 동문님들이 수두룩합니다. 현재 모교에도 김은철 남성고 교장선생님, 황호준 이리남성여중 교장선생님이 봉직하고 계시지요. 여기서 일일히 다 말씀드리긴 곤란하고 이공계 분야에서 돋보이게 활동하시는 동문님 딱 한 분만 소개드릴까 합니다.
2022년 12월 27일은 우리나라 과학사에 매우 획기적인 날입니다. 대한민국이 러시아,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달 탐사에 성공하여 우주강국의 반열에 오른 날이었지요. 우리나라의 순수 기술로 만들어진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발사된 지 4개월 반 만에 38만km를 날아가 달 임무궤도(달 상공 100km)에 정확히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 역사적인 쾌거를 이끌어온 곳이 우리나라 최고의 항공우주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고, 그곳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수행한 핵심 멤버 중에 남성 동문 한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류동영 박사(고32회)이십니다.
류 동문님은 모교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항공우주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후, 2010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달 탐사 관련 업무를 주도해오셨습니다. 달 탐사 사업의 기획연구에서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의 국제협력 절차, 그리고 탐사선의 설계‧제작기술, 항법‧제어기술, 달 궤도 진입기술 등 각종 기술개발에 이르기까지의 관련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마침내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를 실현하시게 되었던 것이지요.
우리나라 정부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발맞추어 지난 5월 경남 사천시에 국가우주기관인 ‘우주항공청(KASA)’을 설치하고, 2032년 우리나라 최초의 달 착륙을 목표로 올해부터 착륙선 개발 임무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달착륙선 개발을 비롯한 우주개발 임무에 투입할 예산을 2027년까지 1조5천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주항공청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들을 통합해 우주개발과 우주산업 육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기구로서, '한국판 NASA'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6월에 류 동문님이 우주항공청에서 그 원대한 달착륙선 개발 임무를 수행할 '달착륙선 프로그램장’으로 임명받으셨지요. 부디 동문님의 막중한 역할이 국민적 최대 관심사의 하나인 달착륙선 개발 사업의 성공으로 결실하기를 기원해마지 않습니다.
바야흐로 우주과학의 시대입니다. 21세기는 누가 우주를 선점하느냐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달과 화성 등의 우주에는 무궁무진한 우주 자원이 널려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우주를 탐사하고 개발하기 위한 우주과학 기술은 인접 분야의 기술과 융합되어 다양한 산업의 필수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모든 산업분야의 발전을 선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주개발은 과학기술계의 가장 웅대한 꿈이지요.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고, 그리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우리 모교의 후배들 중에서 류 동문님을 본받아, 우주 정복의 꿈에 도전하고 그 꿈을 이루는 데 기여하는 우주과학자가 많이 탄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