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성이 낳은 유명한 트로트 작곡가 임종수 동문님(고11회)의 노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동문님들도 대부분 노래방에서 ‘고향역’이란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신 경험이 있지 않나요? 그리고 한두 번쯤 취흥에 젖어 내조하느라 고생하시는 사모님들 앞에서 미안하다는 말 대신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한 구절씩 불러드린 적이 없나요? 그럴 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어 가히 '국민애창곡'이라고 일컬을 만한 그 노래들을 작곡하신 분이 바로 선배님이십니다.
임 선배님은 ‘고향역(나훈아)’과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하수영)’를 비롯해서, ‘어머니(최진희)’, ‘대동강 편지(나훈아)’, ‘옥경이(태진아)’, ‘부초(박윤경)’, ‘착한 여자(인순이)’, ‘남자라는 이유로, 정녕(조항조)’, ‘모르리, 빈지게(남진)’, ‘애가 타(장윤정)’ 등 온 국민이 즐겨 부르는 수많은 트로트 곡을 작곡하셨습니다. 원래 전북 순창의 산골 벽지에서 태어나 자라셨는데, 경찰관인 가형의 근무지를 따라 명문 남성중으로 유학을 하게 되었다더군요. 학창시절에 노래솜씨가 빼어나 학교 안에서 가수로 통했답니다. 남성고를 졸업한 후 실제로 방송국 전속가수가 되셨는데, 중도에 가수로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과감히 작곡가로 변신을 꾀했다고 합니다. 그 후 한국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성공하신 선배님은 1990년부터 KBS 최고 인기프로인 ‘전국노래자랑’에서 무려 15년 간이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또 국내 최초로 충청대 음대에 신설된 트로트 가요학과의 초빙교수로 출강하시기도 했지요. 제가 남성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던 시절에, 대중문화의 창달에 기여하여 모교의 명예를 드높여 주신 공로를 기리고자 선배님께 ‘자랑스러운 남성인 상’을 시상한 바 있습니다.
임 선배님을 작곡가로 성공시켜 준 노래가 ‘고향역’이랍니다. 1972년에 신인 작곡가로서 처음 선보인 곡인데 그 곡을 당대 최고 가수인 나훈아 씨가 불렀으니 엄청난 행운이었지요. 처음엔 ‘차창에 어린 모습’이란 제목으로 불렀으나 박정희 정권 하에서 가사가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방송금지곡이 된 후에 개사하고 편곡해서 ‘고향역’이란 새로운 제목으로 다시 부르게 한 것이 대히트를 쳤다고 합니다. 새 가사는 선배님이 남성중 재학 당시 황등역에서 익산역으로 통학 열차를 타고 다니던 시절의 추억을 담아 직접 지으신 것이라지요. 그 후 황등역과 익산역이 서로 ‘고향역’ 노래비를 세우려고 오랫동안 갈등을 겪은 것도 모두 알고 계시지요? 지금 폐쇄된 황등역 앞에는 ‘고향역’의 가사가 새겨진 큼지막한 노래비가 서있는데, 정작 익산역 광장에서는 아직도 찾아볼 수가 없어 못내 아쉽습니다.
임 선배님의 작곡 인생 40년의 뒷이야기를 담은 “너희가 트로트를 아느냐?”라는 제목의 책을 읽어보니, 선배님의 히트곡들마다 아주 흥미로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었습니다. 선배님의 작곡 실력과 열정뿐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 대한 한결같은 신의와 인간미 넘치는 애정이 그런 멋진 노래들을 태어나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 책 속에서 가수 조항조 씨가 선배님을 이렇게 소개하셨더군요. 선배님을 아는 동문님들은 모두 고개를 끄떡이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만난 임종수 선생님은, 첫째 음악에 대한 감성이 남달리 풍부하시고, 둘째 위트와 유머가 넘치시며, 셋째 아버지 같은 포근함과 따뜻함이 있는 가슴이 뜨거운 분이시지만, 넷째 때로는 엄격하고 무례함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분이시며, 다섯째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여기셔서 우리 가수들에게 보이지 않게 가르침을 주시는 휴머나이저(humanizer)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임 선배님은 오래 전에 사모님을 여의고, 아버지를 따라 가수의 길을 걷고 있는 두 남매 자녀분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하시는데, 팔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아랑곳없이 지금도 매일같이 외로운 작곡 작업을 계속하고 계시답니다. 쇠약하신 건강 상태도 선배님의 창작의 집념을 꺾지는 못하는 것 같네요. 영원한 현역으로 아직도 청년처럼 살고 계신 선배님을 보면서,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요즘 유튜브에 선배님이 가수로서 25세 때 첫 데뷔곡으로 부르신 ‘호반의 등불’이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깜짝 놀랄 만한 미성을 직접 한 번 들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