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스포츠계를 평정하다 - 최연성 동문님

  인터넷 상의 위키 백과에 '남성고'를 검색해보니 모교를 설명하는 기사의 맨 마지막에 모교 출신 인사들이 여럿 소개되어 있는데, 그중에 '최연성'이라는 전혀 낯선 인물 한 분이 올라와 있더군요. 그 이름을 당장 또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 e스포츠계를 풍미했던, 가히 신화적인 승률기록을 올린 최고의 프로게이머이었는데, 그런 유명 인사를 한심하게도 저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주위 후배 동문들에게 수소문해 본 결과 그는 모교에 1999년 3월 입학하였다가 2학년 때 중퇴한 후배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고52회로 졸업한 동문님들과 동기생인 것이지요.

  'e스포츠'는 컴퓨터 온라인을 통해 비디오 게임물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경기이지요. 바로 우리나라가 이 경기를 태동시킨 종주국으로서, 실제로 지금도 세계 최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1998년 전국의 PC방을 달군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시작하여 2009년부터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임이 새로 인기를 끌게 되고, 각종 대회와 프로게임 리그까지 열리면서 e스포츠는 젊은이들을 열광시켰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경기종목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고, 우리나라 팀이 LoL종목에서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컴퓨터 게임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어떻게 앉아서 손가락만 놀리는 게임이 스포츠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지요. 그런데 e스포츠계에 최강자인 ‘본좌’로 등극하고 공포스러운 넘사벽의 실력 때문에 '괴물'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선수가 모교 후배라는 걸 알고 e스포츠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 후배님은 모교를 다니면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 PC방에 드나들다가 결국 학교를 중퇴하고 본격적으로 게임에만 몰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당대 e스포츠의 황제였던 임요환이 그를 동양오리온 팀에 끌어들이면서, 그는 게임을 직업으로 하는 프로게이머로 거듭났지요. 지독한 연습벌레로 실력을 연마하면서 4U팀, SK텔레콤 T1팀을 거치는 동안 온게임넷 스타리그(OSL) 2회 우승, MBC게임 스타리그(MSL) 3회 우승을 비롯해 WCG 스타크래프트 부문 금메달을 수상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최 후배님은 스승으로 모신 임요환, 스승의 천적인 이윤열을 차례로 꺾어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최 후배님은 2007년 12월 안타깝게도 손목 인대부상을 당해 선수생활을 그만두게 됩니다.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2008년 플레잉코치를 거쳐 2013년 SK텔레콤 T1의 감독으로 부임한 후, 프로리그 4회 우승, 2015 프로리그 통합 포스트시즌 우승을 이끌면서 지도자로서도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T1팀 소속으로 그의 지도를 받은 이상혁 선수가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LoL종목 한국 우승의 주역이 되고,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대회인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T1팀의 통산 4회 우승에 수훈갑이 되었지요. 최 후배님은 그 이후 2020년 말까지 아프리카 프릭스 팀의 감독과 단장 직을 번갈아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2018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우리나라의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서울 상암동에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건립했습니다. 거기에 5명의 전설적인 스타크래프트 선수가 e스포츠계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아너스(Honors)'로 헌액되었는데,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이영호 선수와 함께 최 후배님이 영광스러운 이름을 올렸지요. 남성인의 실력제일주의는 비단 공부뿐만이 아닙니다. 운동이면 운동, 예술이면 예술, 급기야 신세대에 이르러 e스포츠에서도 두각의 실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남성인들이 사회각계로 진출하여 정말 다양하게 출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자랑스러운 최 후배님에게 뒤늦게나마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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