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인들은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각양각색인데다 개성도 뚜렷하고 도전정신도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세상을 살아가는 직업의 스펙트럼도 아주 다양한 것 같습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있는 내로라하는 명문고의 동문들이 주로 화이트컬러 업종에 몰려있고, 공고, 상고, 농고 등 실업계 고등학교의 동문들은 해당 실업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과 잘 대비되지요. 오늘은 일생 동안 이것저것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직업의 일들을 경험하고 갖은 신고 끝에 마침내 한국을 대표하는 빵의 장인이 된 이색적인 인생경력의 동문님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곽지원 동문님(고23회)은 모교를 졸업하고 건국대 경제학과에 진학한 후, 스스로 학비를 벌기 위해 해수욕장 술집 장사를 시작으로, 보험회사 영업, 디스코 클럽과 경양식집 경영, 넝마주이 등의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세상 물정을 익혔습니다. 대학을 나와 잠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려면 무엇보다도 확실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기술공부에 뛰어듭니다. 그가 고민 끝에 선택한 기술은 제과 제빵 기술이었지요. 곽 동문은 선진 제과 제빵 기술을 배우려고 31세 때 손에 달랑 100만 원을 들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그곳에서도 학비와 체재비 마련을 위해 술집에서 컵 닦기, 화장실 변기 수리, 불고기집 설거지, 술집 기타 반주, 트럭 과일장사 등등, 온갖 일의 아르바이트를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을 학비로 들여 2년 과정의 도쿄제과제빵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본빵 기술연구소를 거쳐 5년 만에 귀국한 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제과 제빵 공부를 좀 더 깊이 있게 하려고 일주일 만에 빵의 본산인 프랑스 파리로 다시 유학을 떠났지요. 그리고 2년 동안 파리를 대표하는 모듀이 제과점, 오팡 팔레 제과점 등에 들어가 풍부한 기술경험을 쌓고 최고의 파티시에(patissier)가 되어 귀국합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곽 동문님은 개업을 서두르지 않고, 당시 국내 최대의 나폴레옹 제과점에 과장으로 입사하여 4년 반 만에 공장장의 직에서 퇴사한 후, 비로소 서울 송파의 올림픽상가에 세를 얻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제과점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그 잘 나가던 가게를 미련 없이 접고 서울 근교 양수리에 아담한 건물을 매입하여 자신만의 '건강한 빵'을 추구하는 '곽지원 빵공방'을 개업했지요. 그는 직접 기른 염소와 닭에서 신선한 재료를 얻고, 직접 만든 풍차를 돌려 우리 밀을 제분하고, 직접 배양한 천연효모종으로 반죽하여, 직접 지은 재래식 화덕에서 빵을 구워냈습니다. 그러니 시중의 빵과는 다른, 구수한 맛에 소화가 잘 되는 그야말로 건강에 좋은 빵이겠지요. 그의 천연발효빵을 먹으러 제주도에서 날아오는 극성 팬덤까지 있었답니다. 그의 빵집은 KBS1 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양평을 대표하는 가게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오로지 건강한 빵에 진심인 그는 '곽지원 빵아카데미'를 열어 빵집 개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제빵 기술을 전수해왔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 명의 제자가 빵집을 열고 영업 중에 있다고 합니다. 또한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사장의 입점 권유를 받고 그 백화점 안에 '여섯시오븐'이라는 빵집도 차려 함께 운영하였고요.
곽 동문님이 작년에 다양한 장사의 경험을 토대로 "장사의 장인"이란 책을 냈습니다. 그 책에서 "공부는 엉덩이로 하고 빵은 발로 만든다"고 말한 그대로, 그는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직접 빵 굽는 일을 계속해 왔답니다. 그런데 올해 일흔 살이 된 그가 최근 가게들을 정리하고 오랜 꿈이었던 해외 빵순례 여행을 떠났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남미 각국 등을 차례로 찾아, 한 해 6개월은 외국에 머물면서 시골 구석구석에 있는 작은 빵집들을 돌며 현지인들과 함께 빵을 만들고, 돌아와 6개월 동안은 그 빵기술을 제자들과 공유하고 그 나라 빵에 관한 책도 펴낼 계획이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해마다 같은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더군요. 유튜브에 ‘빵꿈사’로 검색하면 ‘빵으로 꿈꾸는 사람’ 곽 동문님의 다양한 활동 모습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동문님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